일꾼 배치와 자원 관리, 농장의 모든 것을 설계하는 보드게임
보드게임 시장에서 '전략'이라는 키워드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아그리콜라(Agricola)입니다. 이 게임은 독일 보드게임 디자이너 우베 로젠버그(Uwe Rosenberg)의 대표작으로, 2007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보드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단순한 농사 테마 뒤에 숨겨진 깊이 있는 전략성, 그리고 긴장감 있는 자원 경쟁과 일꾼 배치 시스템이 게이머들의 두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아그리콜라는 플레이어가 17세기 농부가 되어 자신의 농장을 확장해 나가는 게임입니다. 농장을 경작하고, 가축을 기르고, 집을 확장하며, 식구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이 게임의 매력은 '모든 게 부족하다'는 압박 속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수확 시기에 식량이 부족하면 벌점을 받고, 가축을 기를 공간이 부족하면 번식을 못 합니다. 게다가 다른 플레이어가 원하는 행동 칸을 먼저 차지하면 그 행동을 못 하게 되니, 상대방의 전략을 예측하고 견제하는 플레이도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아그리콜라의 기본적인 게임 방식부터, 초보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 모드’와 숙련자를 위한 ‘전문가 모드’의 차이, 그리고 초보 플레이어가 놓치기 쉬운 전략 팁까지 상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아그리콜라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혹은 이미 한번 플레이해봤지만 아직 감을 못 잡은 분들이라면 이 글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격적인 전략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아그리콜라의 모든 것 – 규칙부터 전략까지
게임 기본 구조: 무엇을, 어떻게, 언제 할 것인가?
아그리콜라는 총 14라운드 동안 일꾼을 배치하며 자원을 수집하고, 농장을 확장해나가는 게임입니다. 각 라운드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일꾼을 원하는 행동 칸에 배치하며 시작되고, 그에 따라 자원을 수급하거나 농장을 개발하는 행동을 실행합니다. 주요 자원으로는 목재, 점토, 갈대, 돌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을 짓고 밭을 만들고 울타리를 건설합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라운드 카드가 열리며 새로운 행동 칸이 추가됩니다. 수확 라운드에서는 가족을 위한 식량을 공급해야 하며, 파종된 밭에서는 곡식을 수확하고, 울타리 안의 가축은 번식합니다. 이 수확 단계는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해야 하며,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벌점이 부과됩니다.
게임 종료 후에는 다양한 항목에 대해 점수를 계산합니다. 밭, 울타리, 가축 수, 곡식과 채소, 집의 상태, 가족 수 등 모든 요소가 점수화되며, 아무것도 없는 항목이 있으면 감점을 받습니다. 따라서 특정 전략만 고수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농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 모드 vs 전문가 모드: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고수는 더 깊이 들어간다.
아그리콜라는 난이도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가족 모드’는 직업과 보조 설비 카드 없이 게임의 기본 메커니즘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초보자나 가족 단위 플레이에 적합합니다. 행동 칸에 집중하면서도 충분히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므로 입문 단계에서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가 모드’는 직업과 보조 설비 카드를 통해 게임의 전략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플레이어는 시작 시 직업 7장과 설비 7장을 받고, 이를 통해 자신의 농장 운영 방식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은 수확 시 식량을 자동으로 제공해주기도 하고, 어떤 설비는 자원 소비 없이 울타리를 건설하게 해줍니다.
이러한 카드의 효과를 조합하여 초반 전략, 중반 수확 대응, 후반 점수 최적화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 모드의 묘미입니다. 카드 드래프트 방식도 선택할 수 있어 운의 영향을 줄이고 전략적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전략 팁: 시작은 단순하게, 마무리는 균형 있게
① 자원은 항상 부족하다. 선점이 생명이다.
행동 칸은 선착순이며, 누군가가 먼저 가져가면 해당 행동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자원 칸(예: 목재, 가축, 파종)은 선 플레이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므로, 턴 순서를 조절하거나 다른 행동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② 식량을 미리 확보하라.
식량은 수확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밭을 갈고 곡식을 파종한 뒤 오븐을 만들어 구운 빵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루트가 가장 안정적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낚시나 가축을 활용하는 것인데, 그에 따른 울타리 또는 설비 조건이 필요하므로 계획이 필요합니다.
③ 가축과 울타리는 후반 점수의 핵심이다.
양, 멧돼지, 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번식하며, 우리 안에 넣어야만 번식이 가능합니다. 울타리를 치고 헛간을 설치하면 더 많은 가축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가축의 조합과 개수는 점수에 영향을 주므로, 중후반 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④ 가족 늘리기는 행동 수 증가, 식량 부담도 증가.
가족이 많아질수록 행동 수는 늘어나지만 수확 때 식량 부담도 커집니다. 따라서 집을 확장하고 가족을 늘리는 타이밍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5~7라운드에 세 번째 가족을 확보하는 것이 추천되며, 이보다 빠를 경우 식량 기반이 약하면 위험합니다.
⑤ 카드 연계 전략은 후반 승부를 좌우한다.
직업과 설비는 단순히 점수 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연결 고리입니다. 예를 들어, 목재를 수급할 수 있는 직업과 울타리 비용을 줄여주는 설비를 함께 사용할 경우, 빠르게 가축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카드 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덱 구성과 선택이 중요합니다.
솔로 모드와 반복 플레이의 재미
아그리콜라는 1인용 모드도 매우 잘 구성되어 있어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점수 경쟁 방식으로 매번 목표 점수를 설정하거나, 스스로 제약 조건을 주어 플레이하는 식으로 다양한 전략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카드 풀이 넓고 행동의 조합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십 번을 플레이해도 매번 다른 양상이 펼쳐집니다.
또한 숙련될수록 ‘이 라운드에 이 행동을 놓쳤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겼는가’를 분석하고 다음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피드백 루프가 강력합니다. 이는 게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세우고 실험하고 학습하는 경험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 자원이 부족할수록 머리는 더 잘 돌아간다 – 아그리콜라의 본질
아그리콜라는 단순한 ‘농사 게임’이 아닙니다. 이 게임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전략 퍼즐이며, 매 라운드가 긴장과 기회로 가득 찬 두뇌 게임입니다. 플레이할수록 느껴지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자원은 부족한’ 압박감, 그리고 그 압박을 돌파하며 작은 성공을 이루어내는 순간의 희열이 바로 이 게임의 핵심 매력입니다.
무작정 점수를 쌓는 것이 아니라, 식구를 굶기지 않기 위한 생존, 상대보다 빠르게 울타리를 쳐서 가축을 확보하는 경쟁, 미리 계획된 카드 조합으로 전략을 실현하는 만족감이 쌓여갈수록 플레이어는 아그리콜라의 깊이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전문가 모드에 들어서면, 카드의 시너지와 선택지 간의 고민이 배가되면서 진정한 전략 게임의 본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그리콜라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임입니다. 초보자라면 처음 몇 번은 굶고 벌점을 맞으며 플레이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우선순위 판단력, 전략적 선택, 그리고 장기 계획의 감각을 길러가는 것입니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경험이 쌓이면, 당신의 농장은 점점 더 아름답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또한 이 게임은 혼자 하는 솔로 모드도 존재해, 자신의 전략을 연습하거나 다양한 전략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략적 사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접해봐야 할 게임이며, 플레이할수록 더욱 매력에 빠져드는 깊은 보드게임 세계로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략 보드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아그리콜라는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필수 타이틀입니다. 단 한 게임만으로도 당신은 더 깊은 보드게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입구에는 언제나, 텃밭과 양 한 마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